세계문화유산(174)/ 키르기즈스탄
술라이만투 성산(Sulaiman-Too Sacred Mountain; 2009)
술라이만투 성산은 키르기스스탄의 오슈(Osh) 시의 뒤쪽에 있는 페르가나(Fergana) 계곡 위에 우뚝 서 있다. 중앙아시아 비단길[실크로드]의 주요 경로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이 산은 1,500년 동안 여행자들의 표지가 되는 성스러운 산으로 추앙받았다. 봉우리 5개와 경사면에는 수많은 고대의 예배소, 암각화가 그려진 동굴이 있을 뿐 아니라 16세기에 재건된 모스크 2개가 있다. 지금까지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암각화가 있는 곳도 101개에 달한다. 암각화에는 기하학적인 형태뿐만 아니라 사람, 동물이 표현되어 있다. 유적지 중 17개 장소는 아직도 예배소로 사용되며, 나머지는 사용되지 않는다. 산봉우리 곳곳에 산재한 예배소는 좁은 길로 이어져 있다. 예배소는 불임, 두통, 요통 등의 치유를 빌고 장수를 기원하는 장소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산악 숭배는 이슬람 이전의 신앙과 이슬람 신앙이 합쳐진 것이다. 이 유적지는 중앙아시아에서 볼 수 있는 산악 숭배의 가장 완전한 예로 수천 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
중세 시대에 도시의 유적이 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이는데 발굴된 유적을 보면 기원전 3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아크 부라(Ak-Buura)에서 좀 더 남쪽에 있었다. 이 산에 대하여 언급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3세기의 중국 문헌이다. 여기에는 ‘몹시 숭배되는 산에 있는 도시’, 그리고 다반(Davan)의 도시들 중 하나[다반에 말을 공급하는 도시로 추정]라고 언급하고 있다. 13세기 말, 바라크(Barak)라는 이 산의 이름이 확인되었고, 15세기에는 페르시아어로 바라쿠크(Bara-Kukh)라고 불렀다. 이는 ‘홀로 서 있는’ 또는 ‘아름다운 산’을 의미한다. 현재의 이름은 18세기의 기록에 처음으로 나온다. 아라비아의 전설에 의하면 이 산에 예언자 술라이만[성서에 나오는 솔로몬]이 살았다고 한다. 19세기와 20세기 초까지 산이 종교적으로 중요하다는 기록은 전혀 없었다. 1812년, 동인도회사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인 미르 이제트 울라(Mir Izet Ulla)가 자신의 회고록에 ‘매년 봄이 되면 인접 국가에서 각기 다른 국적의 순례자 무리들이 이곳으로 몰려 든다.’고 썼다. 그 무렵에 오슈 시를 방문한 러시아 장교 나자로프(Nazarov)는 “오래된 2개의 건물과 그 아래 큰 동굴······ 이 건축물은 타크 술라이만(Takh-Sulaiman)이라고 불린다. 매년 아시아 인이 산을 경배하기 위해 이곳으로 온다. 그들은 이곳에서 솔로몬의 영혼을 숭배한다고 믿었다.”라고 언급했다. 19세기 중엽, 빌리카노프(Valikhanov)는 또 다른 사람의 보고서를 참고해 ‘······마호메트는 이 도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진정한 신앙인이라면 적어도 생애에 한 번은 오슈 성지를 방문해야 한다는 계율을 가지고 있었다. 이 장소를 숭배하기 위해 코칸드(Kokand), 마르길란(Margilan), 안디잔(Andijan) 뿐만 아니라 페르가나 계곡에 있는 다른 도시에서 순례자들과 그 가족이 매년 이곳을 찾아왔다.’라고 썼다. 1887년, 시모노프(Simonov)는 ‘동쪽 산봉우리 꼭대기에 물루스카[일종의 예배실 또는 묘지]가 있고······ 그것은 투르키스탄 모든 지역과 훨씬 더 먼 곳에서 이곳으로 모여드는 수많은 순례자에게 숭배의 대상이다.’라고 썼다. 이 글들을 보면 이 산의 종교적 중요성은 이슬람교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시모노프는 이 산 여러 성소에는 병을 고치는 효력이 있다는 믿음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여러 질병으로 고통을 받는 토착민들은 물루스카 주변에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성소들이 많기 때문에 이곳에 온다.’고 썼다. 20세기 초, 마달스키(Madalskiy)와 카스타니(Castaniye) 두 사람은 구소련 시대의 여러 저자의 의견처럼 숭배 장소에는 치유의 효과가 있다고 언급했다. 19세기부터는 러시아 과학자들과 학생들이 이 산과 관계가 있는 전설을 수집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민속학 연구는 구 소련 시대에 계속되었고, 1987년에서 1989년에 문화부는 특별 조사단을 조직해 산과 산봉우리?동굴?작은 의례 장소와 다른 특성들에 대한 세부 지명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서 행해졌던 숭배 의식과 제물 의식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이 산에서 이슬람교 이전에도 의식이 행해졌다는 것을 보여 주는 기록은 없지만 오늘날 전문가들은 청동기시대부터 신성한 지역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증거를 보면 술라이만투에서 행한 가장 오래된 숭배 의식은 미트라 숭배(mithraism)였을 것으로 보인다. 미트라는 인도 아리안 족의 가장 오래된 신들 중 하나로 나중에 조로아스터 교 신전에 모셔졌다. 미트라는 빛과 화합과 진실의 신이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동굴 속 바위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미트라 숭배에는 신성한 술인 하오마(haoma; 생명나무인 가오케레나 나무에서 뽑아 낸 불사주로 마시면 회춘한다고 함)를 바치는 의식이 있었다. 술라이만투의 숭배 장소, 바친 술로 반들반들해진 배수 홈이 있는 돌, 동굴[특히 동굴에서 미트라가 탄생한 것을 묘사한 경사진 매끄러운 바닥이 있다]은 이 숭배 의식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구 소련은 술라이만투에서 행해지는 종교적 행위를 모두 없애려고 하였다. 이슬람교 건물 여러 채를 파괴했고, 이 산을 공원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산에서 이루어졌던 전통이 사라졌다. 철로 된 관으로 관개 시설을 만들어 토종 나무가 아닌 검은느릅나무만 경사면 기슭에 심을 수 있었다. 여러 채의 새 건물과 구조물 특히 방문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현대화된 길을 만들었다. 이 길은 부분적으로 옛날 순례자가 다녔던 길과 겹친다. 첫 번째 산봉우리에 전망대를 세웠고, 두 번째 산봉우리에는 텔레비전 안테나를 설치했다. 산 동쪽 기슭 가까이에는 군인들이 주둔하는 병영과 국경 초소를 만들었고, 텔레비전 방송국, 박물관, 카페와 식당이 딸린 행정 건물을 여러 채 지었다. 그 정면에는 기념비가 서 있다. 루샤 운카르(Rusha-Unkar)의 천연 동굴에는 2층으로 된 식당이 생겼다. 지금은 박물관이 되었고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 중 하나이다. 같은 시기에 그 주변의 도시 풍경은 크게 변했다. 2001년 오슈 시 탄생 3,000년 축하를 준비하는 공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전통적으로 사람들이 살던 지역이 상당 부분이 파괴되고, 오슈의 역사적 중심지에는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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