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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겨울 조개 열전] "구워먹고 삶아먹고, 요래조래 다 맛있는 겨울 조개

영동 2016. 12. 28. 07:59

 

찬바람 부는 겨울철에는 해산물이 제맛이다.

 대개 봄이나 여름철 산란을 앞두고 통통하게 살을 찌우는 덕분이다.

[월간산]겨울바다의 기운을 잔뜩 머금은 조개가 불 위에서 맛있게 익는다. 호호 불어가며 까먹는 조개구이는 겨울철 최고의 별미다.
[월간산]겨울바다의 기운을 잔뜩 머금은 조개가 불 위에서 맛있게 익는다. 호호 불어가며 까먹는 조개구이는 겨울철 최고의 별미다.

조개류도 마찬가지다. 여름 산란을 앞두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몸을 움츠리고 영양을 축적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조개류는 겨울부터 늦봄까지 살이 통통해지고 맛도 좋아진다.

간절히 원하면 겨울바다가 도와준다고 했다. 찬바람 솔솔 들어오는 포장마차 통술집에서 드럼통 장작불에 구워먹는 조개구이의 낭만은 겨울이 돌아오기 간절히 원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겨울을 대표하는 조개들에 서열을 매기는 것은 그다지 의미 없는 일이지만 굳이 선호도를 매겨 본다면 꼬막이 세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남도 여자만의 대표 겨울 조개 꼬막

꼬막은 겨울을 대표하는 남도의 맛이다. 11월부터 이듬해 4, 5월까지, 설을 전후한 두 달 동안 가장 살이 통통하고 맛도 쫄깃해지는 덕에 전라도에서는 으레 꼬막을 제사상에 올린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에서 전남 벌교에 사는 소화가 가장 잘 만들고 정하섭에게 먹이고 싶어 했던 음식이 바로 꼬막무침이다.

꼬막하면 보성 벌교다. 꼬막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가 감싸는 여자만(汝自灣)에서 가장 많이 나지만 시장으로 나가기 전 벌교로 모이기에 ‘여자만 꼬막’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벌교 꼬막’으로 굳어졌다. 때문에 과거엔 겨울에 ‘벌교 간다’ 하면 으레 꼬막을 먹으러 가는 줄 알았다. 바람이 차가워지는 11월부터 여수와 보성 여자만 주변의 갯벌에는 아낙들이 뻘배를 타고 꼬막을 캐러 다닌다.

우리나라에는 16종의 꼬막이 있지만 우리가 흔히 먹는 것들은 참꼬막과 새꼬막, 피꼬막이다. 참꼬막은 제사상에 올리는 꼬막으로 껍데기의 홈이 깊고 선이 적다. 반면 새꼬막은 홈이 얕고 선이 많다. 참꼬막은 17~20개 정도, 새꼬막은 30여 개의 홈이 나있다. 껍데기 색깔도 참꼬막이 새꼬막보다 조금 더 검다.

피조개로 불리는 피꼬막은 참꼬막, 새꼬막보다 크기가 훨씬 크고 속살이 빨갛다. 흔히 핏물이라고 부르는 이 빨간 액은 내장액이다. 특이하게도 피조개는 자연산보다 양식이 더 맛있고 가격도 비싸다.

참꼬막은 3년 정도 자란 ‘어른’이 맛있고, 새꼬막은 1년 자란 ‘영계’가 맛있다. 나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두 꼬막 모두 나이테처럼 껍데기에 1년에 하나씩 세로로 줄이 그어진다.

[월간산]1 겨울철 최고의 별미 꼬막은 전라도를 대표하는 겨울 조개로, 삶아먹고 무쳐먹고 끓여 먹는 등 어떤 요리로 만들어도 맛있다. 2 잘 삶은 꼬막은 술 두어 병은 거뜬하게 마시게 해주는 최고의 안주다.
[월간산]1 겨울철 최고의 별미 꼬막은 전라도를 대표하는 겨울 조개로, 삶아먹고 무쳐먹고 끓여 먹는 등 어떤 요리로 만들어도 맛있다. 2 잘 삶은 꼬막은 술 두어 병은 거뜬하게 마시게 해주는 최고의 안주다.

꼬막은 별다른 양념 없이 그저 물에 살짝 삶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요리가 된다. 주당이라면 삶은 꼬막 한 접시면 소주 두어 병은 거뜬하다. 그렇다고 꼬막을 그냥 막 삶으면 안 된다.

먼저 꼬막 껍데기에 묻은 갯벌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내 해감한 후 끓는 물에 넣어서 한쪽 방향으로 살살 돌려주며 입이 살짝 벌어질 때까지만 데치듯 삶아낸다. 이때 청주나 소금을 약간 넣으면 비린내를 잡아 준다. 냄비에 물을 붓지 않고 손질된 꼬막을 넣어 구워내듯 익혀도 맛있다. 꼬막 자체의 수분으로 익어 짭조름한 바다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꼬막을 제대로 맛보려면 산지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 벌교의 꼬막식당에서는 삶은 꼬막, 꼬막무침, 꼬막전, 양념꼬막, 꼬막탕을 한꺼번에 내는 꼬막정식이 인기다. 올해는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꼬막 생산량이 반 토막 나고 있어 예년보다 가격이 비쌀 것이란 예상이다.

동서양 아름다움의 상징 가리비

겨울 조개의 또 다른 ‘스타’는 조개구이의 최고봉 가리비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곳곳에 있는 이정표와 문양, 조각, 기념품 등에 있는 조개가 바로 가리비다. 복음을 전파하다가 순교한 예수의 제자 야고보의 시신이 배에 실려 스페인에 도착했을 때 가리비들이 그의 몸을 덮어 보호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후 가리비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상징이 되었다.

가리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름다움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에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가 태어난 조개가 바로 가리비다. 르네상스시대의 이탈리아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는 ‘비너스의 탄생’에서 이를 그림으로 그렸다.

중국인들은 양귀비와 초선, 왕소군과 함께 ‘중국 역사 속 4대 미인’ 중 한 명인 서시가 죽은 후에 가리비로 환생했다고 믿는다. 가리비의 속살이 마치 서시의 혀와 비슷하다 해서 가리비를 ‘서시설(西施舌)’이라고도 부른다. 중국 요리 중에 가리비를 볶은 요리가 있는데 이것의 이름이 바로 ‘서시 혓바닥 볶음(炒西施舌)’이다.

우리나라에서 가리비는 동해 고성군 자란만에서 많이 난다. 요즘 나는 가리비는 양식이 대부분이다. 가리비 수요가 늘면서 중국,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물량도 많아졌다. 자연산과 양식은 껍데기에 따개비 등이 많이 붙어 있는지 없는지 유무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더 확실히 구분하고자 한다면 가리비 속에 작은 게가 있는지 없는지를 보면 된다. 자연산 가리비를 삶거나 구워서 보면 가리비에 공생하는 작은 게가 들어 있다. 이 게 또한 가리비 구이의 풍미를 한층 돋운다.

넓은 부채 모양의 가리비는 대개 구이나 찜으로 먹는다. 껍데기가 평평하고 넓어 가리비 속살 위에 모차렐라 치즈 등을 얹어 구워 내면 그라탕으로도 먹을 수 있다. 가리비는 키조개와 함께 패주(관자)를 먹는 조개다. 패주만 분리해 버터를 발라 구워 내면 레스토랑의 고급 요리로 변신한다. 속살은 젓갈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소주파들은 냄비에 가리비를 통째로 넣고 파, 마늘을 넣어 맑게 끓여내 안주 삼는다.

새조개도 이즈음부터 2월 정도까지가 제철이다. 속살이 새머리와 부리 모양과 비슷하게 생긴 새조개는 속살이 닭고기 맛과 비슷하다 하여 ‘조합(鳥蛤)’이라고도 부른다. 새조개는 양식이 거의 되지 않아 몸값이 비싼 탓에 흔히 ‘귀족조개’로 불린다.

[월간산]1.조개구이의 최고봉 가리비. 껍데기가 넓고 편평해 굽기에 좋고 맛도 으뜸이다. 2 새 머리와 부리의 모습을 꼭 닮은  새조개는 샤브샤브로 해먹으면 맛이 매우 좋다.
[월간산]1.조개구이의 최고봉 가리비. 껍데기가 넓고 편평해 굽기에 좋고 맛도 으뜸이다. 2 새 머리와 부리의 모습을 꼭 닮은 새조개는 샤브샤브로 해먹으면 맛이 매우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수시 가막만, 고흥군 득량만 등에서 주로 잡혔으나 1984년 천수만에 방조제가 놓이면서 새조개가 살기 시작해 지금은 이 부근에서 가장 많이 잡힌다. 홍성 남당항은 새조개가 모이는 곳으로 유명해 매년 2월에는 새조개축제가 열린다.

새조개는 처음 잡기 시작했을 당시 전량 일본으로 수출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맛을 보지 못했다. 일본으로 건너간 새조개는 초밥 재료로 인기를 끌었다.

새조개는 구이나 찜보다 샤브샤브로 주로 해먹는다. 해물을 넣어 끓인 육수에 새조개 속살을 살짝 담가 익혀 먹는다. 이때 새조개는 10초 정도 살짝 익을 때까지만 담갔다가 꺼내 먹는 게 정석이다. 쫄깃해질 때까지 익히면 식감은 좋을지 모르나 새조개 본연의 맛은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전라도 여수 지역에서는 돼지목살과 새조개를 구워 묵은 김치에 싸먹는 새조개 삼합을 먹는다.

새조개 속살에 시금치와 물미역, 냉이 등을 넣어 새콤달콤하게 버무려 회무침으로 먹기도 하고, 무를 넣어 국으로 끓여 먹기도 한다. 특히 새조개를 나무꼬지에 끼워 말린 후 간장 양념을 발라 구워 먹는 새조개 꼬지구이는 별미 중의 별미다.

찬바람 부는 11월부터 2월까지는 굴 먹기에 좋은 시기다. 굴은 생으로 먹고, 무쳐도 먹고, 국밥이나 젓갈로도 먹지만 불을 지펴 그 위에서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구워 먹는 것이 겨울철 별미다. 보령 천북면 장은리에는 천북 굴 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조갯살이 붉어서 이름 붙여진 홍합(紅蛤)은 사시사철 언제나 흔히 먹을 수 있는 ‘국민 조개’이다. 홍합은 탕으로 끓였을 때 특히 시원하고 감칠맛이 나 술안주로 인기다. 추운 겨울 포장마차에서 기본 안주로 내주는 뽀얀 국물의 홍합탕은 언 몸과 마음을 한 번에 녹여 주는 추억 어린 음식이다.

토종홍합 ‘섭’으로 만든 얼큰한 섭국

우리가 흔히 먹는 작고 매끈한 홍합은 외국 배에 붙어 들어온 외래종인 진주담치(지중해담치)이다. 우리나라 토종홍합은 참담치이며, 보통 ‘섭’이라 부른다. 섭은 진주담치에 비해 훨씬 크고 속살의 씨알도 비교가 안 된다.

섭 껍데기는 전복 껍데기처럼 매우 단단하며 양식이 되지 않아 해녀들이 깊은 바다 속에 들어가 따와야 한다. 섭은 서해안이나 남해안에서도 잡히지만 수온이 차고 갯벌이 없는 동해안의 것을 최고로 친다. 속살을 놓고 볼 때 암컷은 붉은색을 띠고 수컷은 흰색을 띠는데, 붉은색의 암컷이 맛이 더 좋다. 재미있는 사실은 홍합은 수컷으로 태어나 암컷으로 ‘성 전환’을 한다는 것이다.

[월간산]전복과 홍합, 게, 낙지 등  가을·겨울 별미가 모조리 들어간 해물탕. 찬바람 부는 겨울에 뜨끈한 국물로 속 푸는데 그만이다.
[월간산]전복과 홍합, 게, 낙지 등 가을·겨울 별미가 모조리 들어간 해물탕. 찬바람 부는 겨울에 뜨끈한 국물로 속 푸는데 그만이다.

겨울철 동해안 속초나 양양 등 영동지방과 울릉도 등 청정해역을 낀 곳에서많이 나는 섭을 칼칼한 고추장을 풀어 부추, 미나리 등과 함께 끓여 섭국으로 먹으면 한 끼 식사나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울릉도에선 섭을 잘게 썰어 홍합밥을 지어 먹기도 한다.

진주담치라 해서 섭에 비해 맛이 없는 건 아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에서는 이 진주담치가 고급 해물요리에 많이 쓰인다. 비싼 섭에 비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서민 조개’로서의 장점이다.

이밖에도 겨울입맛 돋우는 조개류로는 키조개, 전복, 바지락, 백합 등이 있다. 키조개는 3~4월이 제철이고, 백합은 연중 채취된다. 바지락도 산란기(7월 초순~8월 중순)에만 먹지 못하고 연중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조개류는 모두 찬바람 부는 이즈음이 제철이라 할 수 있어 가리비 등과 함께 모둠으로 구워 먹으면 바다향을 가득 담은 겨울철 별미로 손색없다.

겨울철 조개류 ‘노로바이러스’ 주의

한편 겨울철 조개류를 먹을 때는 노로바이러스를 조심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일반 세균과 달리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겨울이라 해서 방심해서는 안 된다.

굴처럼 생으로 즐겨 먹는 해산물을 먹은 뒤 구토와 설사, 복통이나 발열과 근육통이 온다면 노로바이러스 장염을 의심해야 한다.

조개류를 먹을 때는 신선도를 꼭 확인해 잘 익혀 먹고, 손을 깨끗이 씻으며, 음식을 조리하는 도마, 칼 등의 위생을 철저히 해야 노로바이러스 감염을 방지할 수 있다.

맛있는 조개 요리

벨기에식 홍합탕 ‘믈 오뱅블랑’

[월간산]1 콩나물, 미나리 등과 함께 매콤하게 요리한 홍합찜.  2 겨울철 굴은 생으로 먹어도 좋고 구워 먹어도 별미다.  3 키조개 회. 전남 장흥 수문항 일대는 키조개 산지로 유명하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월간산]1 콩나물, 미나리 등과 함께 매콤하게 요리한 홍합찜. 2 겨울철 굴은 생으로 먹어도 좋고 구워 먹어도 별미다. 3 키조개 회. 전남 장흥 수문항 일대는 키조개 산지로 유명하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믈(Moule)’은 벨기에 말로 홍합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홍합탕과 비슷하지만 물 대신 화이트와인을 넣는 것이 조금 다르다. 국물보다는 홍합 자체에 중점을 두어 와인이나 맥주 등을 마실 때 감자튀김과 함께 곁들이면 훌륭한 안주가 된다.

재료

  홍합 500g, 양파 1/2개, 당근 1/4개, 버터 1큰술, 샐러리 1/2줄기, 화이트와인 1컵, 소금·후춧가루 조금씩

만드는 법

1 홍합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해감한다.

2 양파는 굵게 채 썰고, 샐러리는 4~5cm 길이로 채 썬다. 당근은 둥글게 썬다.

3 냄비에 버터를 두르고 양파, 당근, 샐러리를 볶다가 홍합을 넣는다.

4 화이트와인을 붓고 홍합의 입이 벌어질 때까지 끓인다.

[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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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한다. 국물에 레몬즙을 짜넣으면 더욱 시원한 맛이 난다.

아이들 영양 간식 ‘가리비 시금치 버터구이’

가리비는 주로 패주를 버터구이로 해먹지만 가리비 전체를 이용해도 맛있다. 마늘버터소스에 쫄깃한 치즈가 들어가 아이들 영양 간식으로 좋으며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재료

  가리비 500g, 치즈가루, 시금치 반 단, 다진 마늘, 버터, 소금, 후추, 파슬리 가루 조금씩

만드는 법

1 가리비를 흐르는 물에 씻는다.

[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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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진 마늘과 버터를 1:1 비율로 그릇에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해 잘 섞은 뒤 버터가 녹을 정도까지만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3 접시에 시금치를 깔고, 그 위에 쿠킹호일을 깐 뒤 가리비를 얹는다.

4 가리비 위에 마늘버터소스를 한 숟가락씩 올려주고, 치즈가루를 골고루 뿌린다.

5 200℃로 예열한 오븐에 5~6분간 굽는다. 오븐이 없다면 프라이팬을 이용해 뚜껑을 덮고 가리비 살의 가장자리가 약간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굽는다.

6 구운 가리비에 파슬리 가루를 뿌리고 쿠킹호일 밑에 깔려 있던 시금치는 구운 가리비와 곁들여 먹는다.

 


출처 : 돌아가는 인생
글쓴이 : 회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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