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서 가계 부채는 성장 제약과 금융 불안정, 서민 경제 파탄 같은 연쇄적인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에 비유한다. 우리 발에도 터진다면 발뿐 아니라 모든 관절의 붕괴를 야기시키는 시한폭탄이 있다. 바로 '부주상골증후군'이다. 질환명은 생소하지만 인구의 10~15% 정도의 높은 유병률을 보이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발병하는 족부 질환이다.
부주상골은 한글명 보단 Accessory navicular bone란 영문명이 이해가 쉬운데, 부수적이고 불필요한 뼈라는 뜻이다. 발목과 엄지발가락을 이어주는 뼈인 주상골에 불필요한 뼈가 하나 더 있는 상태로, 정상적으로 붙어야 할 뼈가 접합하지 못해 생긴다. 보통 증상이 없이 지내다 발목염좌나 골절과 같은 외상으로 주상골과 부주상골 결합 부위의 분리가 심해지거나 부주상골 압박이 심해지면 빨갛게 붓거나 발 중앙부에서 뚜렷하지 않은 통증이 발생한다. 특히 최근 하이힐처럼 발 안쪽 부위를 많이 누르는 신발을 신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환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문제는 부주상골로 인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주상골은 육안으로 관찰이 어려워 '원인 모를 발목 혹은 복숭아뼈 통증'으로 방치하다 후경골건 기능장애나 후천성 평발이란 치명적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후경골건이란 발바닥 아치를 유지시켜주고 발목의 정상적인 굴곡을 돕는 힘줄로 종아리 뒤쪽에서부터 발바닥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원래 이 힘줄의 끝은 주상골에 부착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부주상골 환자의 경우 종종 주상골이 아닌 부주상골에 후경골건이 부착돼 힘줄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해 후천성 평발, 후경골건 기능장애, 체중 부하 불균형 등으로 인한 심각한 관절 합병증까지 이어질 수 있다. 부주상골증후군 환자는 초기일 경우 일정기간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거나 발바닥 아치를 받쳐주는 깔창을 이용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그러나 이런 보존적 치료에 호전이 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목 통증이 있고 평발이 발생한 경우라면 수술적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부주상골을 제거하고 후경골건 재건하는 수술을 했다. 수술을 하기 위해 발을 광범위하게 절개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수술 후 통증이 심하고, 입원 기간이 평균 9.5일이나 된다. 최근 수술 기구가 미세화되고 영상 의학 장비가 발전하면서 미세한 절개를 통해서도 수술 시야 제한 없이 뼈를 제거하고 후경골건 동시 재건이 가능해졌다. 수술을 해도 평발이 동반되지 않고, 초기 환자의 경우는 내시경을 통한 비절개 수술도 가능하다. 또한 입원 기간도 평균 2일 정도로 5분의 1로 단축돼 치료의 심리적·경제적 부담이 크게 경감되었다.
부주상골증후군이란 이름은 분명 생소하다. 하지만 유병률이 높고 동시에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예방과 함께 치료 적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이제부터라도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