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글&낭송詩言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영동 2016. 3. 13. 11:07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 유 치 환 -
                                                              
        고독은 욕되지 않으다.
        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

        겨울의 숲으로 오니
        그렇게 요조(窈窕)ㅎ던 빛깔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그리 거두어 간 기술사(奇術師)의 모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寒天) 끝까지 잇닿아 있어
        차라리
        마음 고독한 자의 거닐기에 좋아라.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
        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이 계절에
        나의 뜨거운 노래는
        여기 언 땅에 깊이 묻으리.

        아아, 나의 이름은 나의 노래.
        목숨보다 귀하고 높은 것.
        마침 비굴한 목숨은
        눈을 에이고, 땅바닥 옥에
        무쇠 연자를 돌릴지라도
        나의 노래는
        비도(非道)를 치레하기에 앗기지는 않으리라.

        들어 보라.
        이 거짓의 거리에서 숨결쳐 오는
        뭇 구호와 빈 찬양의 헛한 울림을.
        모두가 영혼을 팔아 예복을 입고
        소리 맞춰 목청 뽑을지라도

        여기 진실은 고독히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