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자료

사119. 옛 시집에서...

영동 2011. 10. 16. 09:29

 

  초 혼 (招魂)

 

산산 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음 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음 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그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멀 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김소월(金素月)

 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날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수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박인환(朴寅煥) 

 나룻배와 행인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며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한용운(韓龍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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