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화 유산

세계문화유산(427)- 스페인- 엘체의 야자나무 숲

영동 2019. 6. 26. 05:30

    

세계문화유산(427)/ 스페인


엘체의 야자나무 숲(Palmeral of Elche; 2000)



 



 



 



 



 



 



 

   발렌시아 자치 지방[Autonomous Community of Valencia], 알리칸테 주[Province of Alicante]에 속한 엘체(Elche)에 있는 대추야자 숲은 오아시스 농경지이다. 무슬림(Muslim) 도시인 엘체가 건설되었을 때 매우 건조한 지역에서 농업 생산을 하기 위해 정교한 관개 시설도 함께 설계되었다. 엘체가 건설된 것은 아랍인이 이베리아 반도(Iberian peninsula)의 대부분을 지배하던 10세기가 끝나 갈 무렵이었다. 엘체는 유럽 대륙에 아랍의 농법을 실현한 매우 독특한 사례로 엘체에 대추야자를 경작하기 시작한 것은 늦어도 기원전 5세기 무렵 이베리아 시대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엘체의 야자나무 숲은 북아프리카 지역에 있던 독특한 문화 경관을 또 다른 문화인 유럽의 문화 경관으로 이식한 특별한 사례이다. 야자나무 숲이나 정원은 이슬람 세력이 이베리아 반도 대부분을 장악하던 당시에 유럽으로 옮겨와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는 북아프리카의 전형적인 경관이다.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는 고대의 관개 시설은 특별히 주목을 끌고 있다. 엘체의 야자나무 숲과 같은 경관은 유럽 대륙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한 사례이며, 현재 위치의 지형을 놓고 봐도 매우 특별한 경관이다. 역사상 수많은 아랍 인 지리학자와 유럽 여행자들은 이 탁월한 경관에 대해 증언해 왔다. 진정성을 갖춘 야생림 이외에 많은 야자수를 정원 안에서 재배해 온 것이다. 아랍 농업의 이 유물은 8세기 훨씬 이전에 이베리아 반도에 조성되었다. 이베리아와 로마 시대의 고고학 자료를 보면, 이러한 형태의 농장이 사실상 아랍의 야자나무 숲보다 훨씬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거지 조성과 도시 계획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건재한 농장도 있는데 이 지역의 지도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엘체의 중심지는 야자수 정원에 둘러싸여 있다. 야자나무 숲이 보다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는 심지어 인간의 손이 닿기 어려운 자연림의 형태나 전원 지역에 닿기도 전에, 일련의 야자수 정원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다. 야자수는 엘체 문화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종려주일[Palm Sunday] 행진, 제왕들의 밤, 엘체 시 휘장 등 이 이 같은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 엘체 야자나무 숲의 기원은 페니키아 인[Phoenician]과 카르타고 인[Carthaginian]이 기원전 1000년 무렵에 대추야자 열매를 먹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다. 대추야자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아랍 인이 침략해 오던 8세기였다. 이즈음 관개망을 건설함으로써 염분이 섞인 비날로포(Vinalopo) 강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마을이 북쪽으로 이전했고, 그 주위에 야자수를 심어 북아프리카를 떠오르는 경관을 조성했다. 그 후 새로운 거주민이 모여들었다. 1265년에 하이메 1세(Jaime I)는 엘체를 다시 탈환했고, 그 영토를 재분배했다. 주요 운하[Sequia Major]가 물을 대는 비옥한 왼쪽 둑 위의 토지는 재정복을 도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 지역에는 대추야자나무가 많이 있었는데 일부가 오늘날까지도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야자수가 없던 오른쪽 둑[Magram]은 무슬림 봉신들인 모리스코(Moriscos)에게 할당했다. 토질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땅이었지만 이곳을 경작한 농부들은 매우 높은 생산력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1606년에 모리스코들이 추방된 후에는 안타깝게도 이 땅의 생산성이 급격히 낮아졌다. 야자나무 숲이 우거진 지역은 계속해서 높은 수확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17세기에 마을을 확장하느라 야자수를 베면서 수확량은 감소했다. 이 과정은 산업화와 19세기 철도의 등장으로 더욱 심화되었다. 야자나무 숲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에 들어서였다. 그 후 남아 있는 야자나무 숲이라도 보존하기 위해 1930년대부터 법률을 제정했다. 이러한 노력은 1986년에 엘체 야자나무 숲 보호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마무리되었다. 엘체의 대추야자나무는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에서 유래한 수종으로 열매의 풍미가 매우 뛰어나다. 야자수는 높이 30m 이상 성장하며, 300년이 넘는 수령을 자랑한다. 야자나무 숲은 마을 동쪽 구역에 조밀하게 모여 있다. 경계[huertos]를 직선으로 그어 놓은 필지는 대부분 장방형 혹은 정방형[드물게는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경계선에는 카스카보트(cascabot; 마른 야자수 잎으로 꼬아 만든 울타리)나 마감하지 않은 돌을 쌓아 회반죽으로 굳힌 1m~2m 높이의 벽을 세워 놓았다. 필지 안에는 농지 임차인과 토지 소유자의 가옥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마을 중심지에 가까운 필지는 대부분 붕괴된 상태이다. 나무는 관개 수로를 따라 한 줄 혹은 두 줄로 나란히 심어져 있다. 나무 열매인 대추야자는 식용으로 소비하고, ‘화이트 야자’ 잎사귀는 이베리아 반도 전역에서 장식용으로 사용하며 종려주일 행진에도 활용한다. 이 지역은 비날로포 강의 자연적 특성과 엘체의 역사 중심지, 그리고 대부분 건물이 아직 들어서지 않고 최근에 개발한 외곽의 비거주 지역 등에 의해 명확하게 획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