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을 없애고 혈당 조절에도 만점
정제된 흰 밀가루의 92%가 탄수화물이고, 나머지는 불용성 단백질이다. 원래 밀가루 자체는 쌀이나 보리보다 칼로리가 낮은데, 정제된 밀가루는 빨리 소화돼 공복감을 느끼게 만든다. 혈당지수는 50~60으로 중간 정도인데, 여기에 기름을 첨가해 빵이나 과자로 만들면 85~95가 돼 버린다. 혈당지수는 글리세믹 인덱스(Glycemic Index·GI)라고, 일정한 양의 식품을 섭취한 후 혈당 상승 정도를 같은 양의 표준 탄수화물 식품과 비교한 값을 말한다. 당뇨 환자들은 혈당지수가 낮은 음식들로 혈당을 조절한다. 셀러리나 버섯류의 혈당지수는 10~20이다. 혈당지수 55 이하는 낮다고 본다. 70 이상을 높다고 보는데, 설탕은 혈당지수가 109다.
탄수화물이 우리 몸에 들어가면 3시간 이내에 포도당으로 전환돼 장기와 근육에서 에너지로 사용된다.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살이 찐다고 하는 것은 몸이 쓰고 남은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바꾸어 여기저기에 쌓아 두기 때문이다. 밥·과자·빵·면을 필요량 이상 먹으면 몸은 쓰고 남은 에너지를 저축해 지방으로 만든다.
얼마 전 이탈리아 국립암연구소에서 건강에 좋은 피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피자는 맛은 있지만 건강에 유익한 식품은 아닌데 도대체 무슨 수로 좋게 하는지 궁금해서 살펴봤다. 자기네들이 스스로 ‘수명연장피자’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고기와 치즈를 빼고 토마토·올리브·브로콜리를 토핑으로 올리고 마늘과 매운 고추를 가미했다. 지중해식 식단을 사용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낮출 뿐만 아니라 소화기 계통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지중해식 식단의 핵심은 토마토다. 인류가 가장 많이 먹는 채소가 토마토다. 한 사람이 1년에 15kg 정도 먹고 있다. 토마토에는 구연산·사과산·호박산·아미노산·루틴·단백질·당질·회분·칼슘·철·인·비타민A·비타민B1·비타민B2·비타민C·식이섬유 등이 들어 있다. 라이코펜·베타카로틴 등 항산화 물질도 많다. 열을 가해 조리하면 라이코펜 함유량이 2배, 가열하고 올리브기름을 첨가하면 4배 더 흡수된다.
토마토는 동양에서 줄기가 우거진다고 해서 번가(蕃茄), 가지과에 속해 적가자(赤茄子), 남만시(南蠻枾)라고 부른다. 남만시는 남만에서 건너온 감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남만의 감은 초시(草柿)이다. 봄에 나서 가을에 열매가 여는데 그 맛이 감과 같다”고 하였는데 직접 먹어보지는 않은 것 같다. 아마 잘 익은 토마토의 모양이 감과 비슷해서 그렇게 말한 것 같다.
토마토는 수분이 95%로 많아 생진지갈(生津止渴), 즉 진액을 생기게 하고 갈증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 시원하고 풍부한 맛으로 건비소식(健脾消食), 즉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음식을 잘 소화시킨다. 토마토 100g의 칼로리는 18이고 혈당지수는 30이다. 에콰도르 빌카밤바 장수촌의 비밀도 토마토라고 한다.
어렸을 때 V8이라는 토마토 캔 음료가 있었다. 어머니가 즐겨 드시면서 필자에게도 먹으라고 했는데, 맛이 없어서 절대 먹지 않았다. 요즘은 토마토로 만든 수프나 주스를 챙겨 먹는다. 결국 나이 먹어가니 맛있는 것보다 몸에 좋은 걸 찾게 된다. 토마토는 불로장생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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