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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산문(山門)에 기대어 -

영동 2016. 3. 19. 07:59

 

    산문(山門)에 기대어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 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 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 옴을.
 


출처 : 돌아가는 인생
글쓴이 : 돌고도는삶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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