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로 비밀번호 알아내"..층간소음 살인 '계획범행'
흉기도 사전준비…"수차례 항의에도 무시, 배려없어 화났다"
층간소음 문제로 위층에 사는 60대 부부에게 흉기를 휘두른 30대가 몰래카메라로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놓는가 하면, 흉기를 미리 구입하는 등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하남경찰서는 4일 살인 등 혐의로 체포된 김모(33)씨가 5월 중순 이미 흉기를 구입해 보관하고 있다가 범행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씨는 올 3월 2차례에 걸쳐 위층에 올라가 A(67)씨 부부에게 층간소음을 항의했지만 시정되지 않자, 범행을 계획하고 흉기를 구입했다.
이어 지난 2일 오후 5시 50분께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위층인 21층 A씨 집에 침입, A씨와 부인(66)에게 흉기를 휘둘러 A씨 부인을 숨지게 하고 A씨를 다치게 한 뒤 달아났다.
A씨는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경찰 조사에서는 김씨가 사전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A씨 아파트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몰래카메라를 구입한 사실은 판매업자를 통해서도 확인했다"며 "카메라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 수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업자가 몰카를 판매한 것이 합법적인지에 대해서도 법률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직업이 없어 주로 집에 있던 김씨는 층간소음을 참지 못하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부모, 여동생과 함께 거주 중인 김씨는 가족이 집을 비운 사이 미리 준비한 흉기를 갖고 A씨 부부 집을 찾아가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부부는 함께 사는 아들, 며느리가 외출한 사이 김씨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층간소음 문제에 대해 경비실을 통해 위층에 얘기하면 조금이라도 시정을 해야 하는데 '알았다'고 대답만 해놓고 번번이 무시했다"며 "위층 사람들이 아래층을 배려하지 않는 것에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A씨 부부는 1년여 전 쯤 이 아파트로 이사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가족들은 '주말이 되면 위층에서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며 "A씨 부부의 손자·손녀가 놀러와 층간소음이 났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범행 후 서울 강동구의 한 편의점 내 현금인출기에서 250만원을 인출한 뒤 지하철을 타고 바로 인천으로 향한 김씨는 하루 반나절을 숨어 있다가 3일 오후 10시 45분께 인천의 한 사우나에서 검거됐다.
김씨는 별다른 저항없이 검거에 순순히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사를 마치는대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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