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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소월詩-잔 저녁, 희망, 꿈길, 길

영동 2016. 4. 8. 06:31

 

잔 저녁

                김소월 金素月

 

푸르스레한 달은, 성황당의
군데군데 헐어진 담 모도리에
우둑히 걸리었고, 바위 위의
까마귀 한쌍, 바람에 날개를 펴라.

 

엉기한 무덤들은 들먹거리며,
눈 녹아 황토 드러난 멧 기슭의,
여기라, 거리 불빛도 떨어져나와
집짓고 들었노라, 오오 가슴이여.

 

세상은 무덤보다도 다시 멀고
눈물은 물보다 더 더움이 없어라,
오오 가슴이여, 모닥불 피어 오르는
내 한세상, 마당 가의 가을도 갔어라.

 

그러나 나는, 오히려 나는
소리를 들어라, 눈석이물이 씨거리는
땅 위에 누워서, 밤마다 누워,
담 모도리에 걸린 달을 내가 또 보므로.

-김소월 金素月-

 

 

길  [김소월 金素月]

 

어제도 하룻밤
나그네 집에
까마귀 까악까악 울며 세웠소.

 

오늘도
또 몇 십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 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가오.

 

말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定州郭山)
차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김소월 金素月-

 

 

 
 
 
 


출처 : 돌아가는 인생
글쓴이 : 돌고도는삶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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