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율이시(棗栗梨柿) ♣
조율이시(棗栗梨柿)란
대추와 밤 그리고 배와 감을 말하는데
우리가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올리는 진열순서를 말함이지요
그런데 굳이 조율이시라는 순서를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에는 그 과일에 들어있는 씨의 숫자대로 진열하라는 의미가 있다 하네요
예를들면 대추(棗 :대추조)를 가장 먼저 진열하는것은 대추씨가 하나 이기 때문인데
후손중에 반드시 왕(王)이나 성현(聖賢)이 되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요
다음으로 밤(栗 :밤율)인데 밤은 반드시 씨가 3알 이지요
간혹 한알 내지 두알이 있을때도 있지만 그럴경우 헛것이 3알을 채워주지요
그러므로 후손이 태어나면 반드시 삼정승(三政丞)이 되라는 의미가 있어요
또 배(梨 : 배이)에는 씨가 여섯개 들어 있지요
그래서 후손이 태어나면 육판서(六判書)가 되라는 뜻이 있구요
다음으로 감((枾 : 감시)은 씨가 8개 있으므로
후손중에 팔도관찰사(八道觀察使)가 나오라는 뜻이 있어요
그 밖에도 조율이시(棗栗梨柿)에는 많은 의미가 부여되어 있지요
그래서 면면을 하나 하나 알아 보기로해요
◈ 대추(棗 : 대추 조)
대추는 씨가 하나뿐이라서 왕이나 성현이 될 후손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의미라고 하지요
또 대추는 암수가 한 몸이라 꽃 하나가 피면 반드시 열매 하나가 열리므로“ 헛 꽃은 절대 없다” 고 했어요
즉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자식을 낳아야만 된다는 뜻이지요
또 대추는 음력 7월에 꽃이 피어서 추석때 먹는 과일인데 결혼은 늦게 해도
자식은 일찍 보라는 의미도 있다 하지요
그리고 혼례를 치른 신부가 시부모에게 폐백을 드릴때 시부모들이 대추와 밤을
한 움큼 새며느리의 치마폭에 던져 주는것도 아들 딸 구별 말고 대추 열리듯 자식을 많이 낳아
자손을 번창케 하라는 의미가 있어요
그래서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대추가 첫번째 자리에 놓인다고 하네요
그리고 대추는 여러 사람한테 이롭지요
중국 속담에 하루 대추 세알을 먹으면 평생 늙지 않는다고 했지요
그 때문인지 대추 역시 배와 함께 신선이 먹는 과일로 꼽히지요
당나라 측천무후와 청나라 서태후는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두 여걸로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였다고 하는데
피부미용의 비결은 수시로 대추를 먹었다고 하지요
◈ 밤(栗 : 밤 율)
밤은 한송이에 반드시 세알이 들어있지요 한알일 경우에도 헛것이 2개 있어요
그래서 후손이 태어나면 3정승이 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요
또 대개 식물의 경우 나무를 길러낸 땅속 씨앗은 썩어 없어지지만
밤은 땅속의 씨밤이 썩지않고 뿌리에 달려 있다가 나무가 다 자라 밤알이 달려야만 씨밤이 썩는다고 하지요
그래서 밤은 자신와 조상과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 하네요
자손이 수십 수백 대를 내려가도 조상은 언제나 한결같이 이어간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조상을 모시는 위패나 신주(神主)는 반드시 밤나무로 깎는다 하지요
또 다른 의미는 밤나무 꽃밭에 가서 냄새를 맡으면 유아를 기르는 어머님의 품에서 나는 냄새와 같다고 하지요
그리고 유아가 성장할수록 부모는 밤 가시 처럼 차츰 억세었다가
"이제는 품 안에서 떠나가 살아라"하며 쩍 벌려 주어 독립생활을 시키게 되지요
그래서 부모를 생각하여 밤을 두번째로 놓는다 하네요
◈ 배(梨 : 배 이)
배는 씨가 여섯개지요 후손이 태어나면 육판서가 되라는 의미가 있어요
또 배는 껍질이 누렇기 때문에 우리민족처럼 황인종을 뜻하기도 하구요
오행에서 황색은 우주의 중심 중용을 나타내게 되는데 흙의 성분(土)인 것이지요
이것은 바로 우리민족의 긍지를 나타낸다고 하네요
그리고 배의 속살이 하얀 것은 우리 백의민족에 빗대어서 순수함과 밝음을 향하고
언제 어느때고 깨끗하고 고결하게 살라는 의미라 하네요
역사적으로 유명한 배로는 함소리(含消梨)가 있지요
얼마나 향기롭고 물이 많은지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서 파도가 칠 정도라고 했어요
본초강목에 보면 만병을 능히 치료한다고 했을 정도로 좋은 과일이지요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기원전 2세기 때의 인물인 동방삭은
배는 신선의 땅에서 자라는 나무이니 먹으면 신선이 된다고 했고,
조선시대 지봉유설에도 배 이(梨)자는 가슴에 이로운(利) 과일이라고 쓰여 있어요
◈ 감(枾 : 감 시)
감은 씨가 8개이지요 바로 팔도관찰사를 의미하고 있어요
후손이 태어나면 팔도관찰사가 되라는 의미가 있지요
감나무는 아무리 커도 열매가 한번도 열리지 않은 나무를 꺾어 보면 속에 검은 신이 없고
열린 나무를 꺾어 보면 검은 신이 있다고 하는데 이걸 두고 부모를 생각하여 놓는다는 설이 있어요
또 다른 설은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이 천지의 이치인데 감만은 그렇지않다 하는군요
감 씨앗을 심으면 감나무가 나지 않고 대신 고욤나무가 나는데
그래서 3~5년쯤 지났을때 기존의 감나무 가지를 잘라서 이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야
그 다음 해부터 감이 열린다 하는군요
그래서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다 사람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워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뜻이래요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데는 생가지를 칼로 째서 접붙일 때처럼 아픔을 겪어야 하지요
그 아픔을 겪으며 선인의 예지를 이어 받을때 비로소 하나의 인격체가 형성될수 있다는 의미라 하네요
또 감에는 모든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 지라는 '만사여의(萬事如意)'의 뜻이 있지요
감에는 일곱 가지 장점이 있으니
감나무는 수명이 길고, 잎이 풍성해 그늘을 만들며
새가 둥지를 짓지 않고 벌레가 꼬이지 않으니 청결하고
단풍이 아름답고 열매는 맛있는데다
잎사귀가 커서 글씨 연습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감을 선비와 학문의 상징으로 삼기도 했지요
◈ 사과(沙果)
사과는 옛날에는 없던 과일이라 근대와 와서 배가 없을때 대신쓰는 과일이 되었지요
사과도 씨가 6개 이지요
사과의 원산지는 서아시아지만 사과가 본격적으로 과일이 된곳은 유럽이었지요
그리스 로마시대를 거치면서 이탈리아와 프랑스 일대에 퍼진 사과는 성서에서 선악과를 대표하는 것으로
흔히 알려졌는데 아마 가장 맛있게 생긴 과일이었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에 사과를 들여온 사람은 19세기 말의 선교사들 이었지요
지금은 흔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껍질이 푸르고 향기가 독특하며 맛이 단 "인도사과"라 불리던 품종이 있었지요
이는 종자를 가져온 선교사의 고향인 미국 "인디애나 주"가 잘못 번역되어 "인도사과"가 된 것이라 하네요
여하튼 일제 강점기가 되면서 과수원은 거의 일본 사람들의 차지가 되었고 모든 사과나무의 육종도
거의 다 일본의 영향을 받을수밖에 없었지요
지금의 후지나 홍도,국광 같은 품종도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지요
이제 몇일후면 민족의 대명절이 다가와
모두다 아침 차례를 지내게 되지요
여기에는 집안이나 가문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근본적인 제례법은 아래와 같아요
- 고서비동(考西妣東): 할아버지는 서쪽, 할머니는 동쪽으로 모신다
- 좌포우혜(左胞右醯); 좌측에는 포, 우측에는 식혜를 놓는다.
- 어동육서(魚東肉西); 생선은 동쪽에,육류는 서쪽으로 가게 한다.
- 동두미서(東頭尾西); 생선의 머리가 동쪽으로 꼬리가 서쪽으로 향하게 놓는다.
- 홍동백서(紅東白西); 붉은 과일은 동쪽, 흰색은 서쪽으로 놓는다.
- 조율이시(棗栗梨枾); 좌측부터 조(대추), 율(밤), 이(배), 시(곶감)의 순서로 진설하고
다음에 호두 혹은 망과류(넝쿨과일)을 쓰며 끝으로 조과류(다식,산자, 약과)를 진설하지요
또 주식(主食)을 제1 가까운 곳에 놓고
그 다음 고기를 놓고 그 다음 부침이를 놓고 그 다음 나물을 놓고 마지막에 과일을 놓는 것이지요
즉 음식 중 가장 중요한 밥 국과 같은 주식을 신위 쪽에서부터 제1 가까운 제1열에 차리고
그 다음 중요한 고기를 제2열에 차리고, 그 다음 중요한 부침이를 제3열에 차리고
그 다음 중요한 나물을 제4열에 차리고, 가장 나중에 먹는 후식인 과일은 제5열에 차리는 것이지요
그리고 양(陽)적인 것은 동쪽, 음(陰)적인 것은 서쪽에 차리는 것이라 했어요
아무튼 이번 명절에는 하나하나 눈여겨 보면서
잘못된 점이 있으면 바르게 잡고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풍습의 의미도 새기면서
뜻깊고 의미있는 차례상을 마련해 보시는것도 좋을듯 하네요
-* 언제나 변함없는 산적:조 동렬(일송) *-
★ 각종제례에 쓰이는 과일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