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향,삶의향 글

근심은 알고나면 허수아비다

영동 2020. 6. 20. 16:50

    근심은 알고나면 허수아비다 나는 근심에 대해서 근심하지 않는다. 근심은 알고 나면 허수아비다. 곡식이 익어가는 들판으로 가서 허기를 채우려면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복병들이다. 하지만 어떤 참새라도 그 복병들을 근심할 필요는 없다. 허수아비는 무기력의 표본이다. 망원렌즈가 장착된 최신식 장총을 소지하고 있어도 방아쇠를 당길 능력이 없다. 자기 딴에는 대단히 위협적인 모습으로 눈을 부릅뜬 채 들판을 사수하고 있지만, 유사이래로 허수아비에게 붙잡혀 불구가 되거나 목숨을 잃어버린 참새는 한 마리도 없다. 다만 소심한 참새만이 제풀에 겁을 집어먹고 스스로의 심장을 위축시켜 우환을 초래할 뿐이다. 나는 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스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서른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마흔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의 근심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지금은 흔적조차도 찾을 길이 없다. 근심에 집착할수록 포박은 강력해지고, 근심에 무심할수록 포박은 허술해진다. 하지만 어떤 포박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린다. 이 세상 시계들이 모조리 작동을 멈춘다 하더라도 시간은 흐른다. 지금 아무리 크나큰 근심이 나를 포박하고 있어도 언젠가는 반드시 소멸하고야 만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런데 내가 왜 시간이 흐르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리는 무기력의 표본 허수아비에 대해 근심하겠는가.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 이외수님- 우리네 삶을 조금 들여다보면 모든 일에 조바심으로 가득하고 그로인한 불안으로 많은 시간을 쫓기는 듯 살아감을 알 수 있습니다. 조금만 여유로운 마음 갖는다면 아무 일도 아니듯 지날 일을 그저 지금 아니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아니면 안 되는 듯 강박으로 살아갑니다. 그저 그런 근심에 사로잡혀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면 그런 하루하루의 삶은 내가 중심이 되어 살아 내는 게 아니라 근심에 사로잡혀 버둥대는 서글픈 삶 아닐 런지요? 약간의 여유로 근심에서 빗겨 서 계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