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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날은 ...

영동 2020. 3. 12. 05:14

    


문득, 이런 날은 ...
 
문득
초가 박꽃이 하얗게 매달리는
달 밝은 밤이
그리운 이런 날은
나의 이름을 떠올려주면 좋겠어
 
문득
처마 밑 제비들이 쫑긋거리는
귀여운 모습이
그리운 이런 날은
나의 이름을 떠올려주면 좋겠어
 
문득
마당 어귀 수세미가 나란히 사열을 기다리고
한 뼘 남짓한 파란 하늘이
그리운 이런 날은
나의 이름을 떠올려주면 좋겠어
 
문득
샛강 까만 다슬기 줍던
물 찰박거리던 그 오후 때가
그리운 이런 날은
나의 이름을 떠올려주면 좋겠어
 
문득
향나무 그늘에 사오오. 앉아서
깔깔거리든 꿈 먹던 그때가
그리운 이런 날은
나의 이름을 떠올려주면 좋겠어
 
문득
놀이동산서 산 은풍선이 하늘 높이 날아가
울음보 터뜨리던 추억이
그리운 이런 날은
나의 이름을 떠올려주면 좋겠어
 
문득
오솔길, 앙증맞게 놓여있는 나무 그네에 앉아
지나온 길에 꽃잎 한 장 놓고 싶은
그리운 이런 날은
나의 이름을 떠올려주면 좋겠어
 
문득
내 좋은 사람과
어깨를 기대고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싶은
그리운 이런 날은
나의 이름을 떠올려주면 좋겠어
 
문득
그 시리도록 파란 바다
은빛 초롱 대는 그곳이
그리운 이런 날은
내 이름을 떠올려주면 좋겠어
 
문득
젖빛 내려앉은 서럽도록 가슴 아픈
이런 날도
나의 이름을 떠올려주면 좋겠어.

-옮겨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