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향,삶의향 글

목마른 사슴 / 산 따라 강물 따라

영동 2019. 10. 18. 05:18

    



산 따라 강물 따라

 

  나무들마다 가을의 색깔 옷으로 갈아입었다.

가을색이 더없이 짙어져 가고 있다.

매일 걷는 공원길도 노랑, 빨강의 나뭇잎이 길을 덮었다.

낙엽 되어 떨어져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휩쓸리는 모양을 보니

마음조차도 스산해진다.

그래서 가을은 더없이 쓸쓸한 계절이다.

 

 한해가 저물어 가는데 국내외 정세가 어수선하다. 지구촌 곳곳이 소란스럽다.

열대병인 에볼라가 확산되고 있고,

IS라는 집단은 사람의 생명을 파리 잡아 죽이듯이

 학살을 한다.

자살폭탄테러가 여기저기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세상이 미쳐가는 것 같다.

 

 국내로 시선을 돌리면 역시 시끄럽다.

정치꾼들의 개헌 얘기, 공무원연금개혁, 무상급식, 남침땅굴발견,

세월호특별법 등등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걸 듣다보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사람이 사는 세상이니 조용할 수가 없는 일이다.

 

 나라가 어째 이 지경이냐고 아내가 한걱정을 한다.

정치권이나 우리사회가 독주에 취해 해롱해롱하고 있는 형국이다.

세상을 들여다보면 휘청거리고 있는데

모두가 태평성대에 살고 있는 양 정신들을 못 차린다.

등 따습고 배부르니 아무 걱정들이 없는 것 같다.

 

 아내가 자조적으로 우리가 걱정한다고 뭐가 되겠냐면서

능금의 고장으로 길이나 떠나자고 한다.

승용차도 새차라 고속도로를 달려줘서 길을 들여야 한다.


충주 사과가 맛이 좋다면서 가자기에 출발을 했다.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산의 자태들이 참으로 곱다.

 

 그 고운 자태에 취해 산을 따라가다 보니 충주호가 나온다.

사과나무에 빨간 사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사과 파는 곳이란 팻말들이 보이지만

붉으레 취한 산이 보기 좋아 그저 달린다.


러다가 단양까지 내려왔다.

단양팔경은 처음 본다.

 

 산세도 아기자기하다. 산의 봉우리도 부드러운 곡선의 모습이다.

산자수려하다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불이 타는 것 같은 단풍잎, 노란 물감을 쏟아 놓은 것 같은 은행잎,

노변이건 산야건 화려한 가을색이다.

발길을 붙잡는 곳에서는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산 따라 강 따라 가면서 세상 시름을 잊어본다.

자연은 계절마다 우리에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 변화는 환경에 순응한 탓이다.

봄철에 잎과 꽃을 피우고 여름에 무성해졌다가

가을에 옷 벗을 준비를 하고 겨울에 벌거벗은 채 설한풍을 견뎌낸다.

 

 이렇게 자연은 환경에 순응을 한다.

그 결과를 사람들이 즐긴다. 인생들도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한다.

억지로 해서 될 일이 없다.


그래서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듯이 물 흐르듯 살아야 한다.

 

 산자수려함에 취해 산 따라 강물 따라 오다가

충주사과가 아닌 단양 사과밭에서 차를 세웠다.


봉지를 씌운 사과와 안 씌운 사과 두 종류가 있는데

안 씌운 사과가 좋다고 한다.

햇볕을 흠뻑 받은 사과가 더 달다고 주인이 말한다.

 

 봄철 개화기 때 기후가 좋지 않았다면서

산지이기는하나 값이 비싸다고 한다.


사과밭마다 탐스런 사과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데

작황이 나쁘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곡물이건 과수건 농부들의 손길이 많아야 한다.

그들이 노력한 대가는 제대로 지불을 하는 것이 맞다.

 

 10킬로에 덤까지 몇 개 더 얹어서 5만원어치를 상자에 담았다.

고운 낙엽의 향기와 향기로운 사과향기를 트렁크 안에 싣는다.

가을의 풍광을 가슴에 하나 가득 담고 집으로 달려가는 길이 푸근하다.

눈을 즐겁게 했더니 세상만사가 다 형통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