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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 낮추고 비울 때 행복은 아름답게 번져간다

영동 2019. 9. 13. 04:29

    

 

 

 낮추고 비울 때 행복은 아름답게 번져간다

 

좁다란 골목길에서 차가 마주쳤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동안 후진을 하다가 마주보며 웃었습니다

 

정원 초과로 승강기가 몇 차례 그냥 통과합니다
겨우 한두 사람 태울 정도로
승강기가 다시 올라왔습니다
앞줄에 서있던 두 사람이 서로
양보하려다 그만 또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뒤에 기다리는 사람 모두
가슴이 흐뭇해졌습니다

 

길거리 좌판에 광주리를 든
할머니와 젊은 새댁이 실랑이를 합니다
˝덤으로 주는 거니까 이거 더 가져가슈.˝
˝할머니 괜찮아요.
제가 조금 덜 먹으면 되니까 놔두고 파세요.˝
지나가던 행인들의 입가에 밝은 미소가 번집니다


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건
꽃을 받쳐주고 있는 푸른 잎이 있기 때문이지요
밤하늘 별이 더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건
하늘이 어둠을 마다하지 않고 까맣게
물러서 있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이처럼 비우고 낮아질 때 가까이
다가오며 고요하고 아름답게 번져가지요

 

-좋은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