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 앵커 ▶
요즘 아파트 단지와 그 주변 지역, 갈등이나 논란을 겪는 곳이 많습니다.
안전이나 재산권, 사생활을 지키려는 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 오늘(12일) 이슈에서 다뤄보겠습니다.
이 영상 한번 보실까요.
그제 뜨거운 논란이 됐던 경기도 한 신도시의 택배 대란 현장인데요.
상자들이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도로에 쌓여 있습니다.
입주민들이 택배 차량을 단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통제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뉴스데스크에서도 보도해 드렸는데 리포트 보시죠.
◀ 리포트 ▶
택배 물건이 이곳에 쌓인 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박희정/아파트 입주민] "이렇게 카트까지 샀어요, 저는. 애들만 두고 지금 나오는…집에서 애들 다칠까 봐도 사실 걱정되는 건데…."
지난달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온 택배 트럭에 아이들이 치일 뻔한 사고가 난 뒤 택배 차량을 통제한다는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짐을 수레에 옮겨 실어 집 앞까지 배달해 달라는 건데, 일부 택배기사들이 반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장대희/택배 기사] "먼 동은 뭐 30분…가는 데만 30분 걸리고 올라갔다 오면 1시간 이상 걸리니까…저희가 솔직히 많이 힘든 거죠."
◀ 앵커 ▶
아이들 안전 때문이라는 주민들 의견에 일리가 있는데도 논란이 거셌던 건 관리소에서 붙인 공고 때문이기도 했는데요.
'최고의 품격'을 위해 차량 통행을 제한한다는 내용이었죠.
최근 우리 아파트 단지 근처는 안 돼, 이른바 님비로 지목받은 사례가 잇따랐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보도 영상 보시죠.
◀ 리포트 ▶
서울 영등포의 한 아파트 단지 도로변에 건물 신축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이 아파트 옆 부지에 5평, 가로세로 4미터짜리 청년 임대주택이 들어서는데 주민들이 반대하는 겁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파트의 가격 하락입니다.
[아파트 주민] "땅값인 것 같아요, 집 이미지. 그렇지 않아도 정말 땅값 안 오르는데 그런 걸로 인해서 더 안 좋아질 가능성도 있고…."
[임대주택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빈민 아파트 성격의 아파트가 건립되면 나중에 도시 슬럼화를 가져올 수도 있고. 영등포 얼굴에 똥칠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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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경운학교 이후 서울에 17년 만에 들어서게 될 특수학교.
지난해 9월 무릎을 꿇고 호소하는 장애학생 부모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학교 설립이 구체화됐는데요.
일부 주민들의 반대는 더 거세졌다고 합니다.
[주민] "왜 강서구에만 와야 되는 거야? 이 옆에 있는 양천구, 영등포구에 장애인 학교 한 곳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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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7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합 기숙사가 들어설 또 다른 부지.
일조권을 침해받게 될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입니다.
[김남국/인근 아파트 주민] "지금 이거(기숙사) 짓는다는 소문이 나니까 최하 5천만 원에서 1억 원까지 빠졌어요. 그리고 내놔도 팔리지를 않습니다."
◀ 앵커 ▶
집값 지키기냐 권리 지키기냐, 주민들로서는 여론 재판 같은 비난이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텐데요.
최근에는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아파트 주변에 장례식장은 안 된다며 반대하는 주민들인데요.
뉴스투데이 취재진이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주거지역에 장례식장이 웬 말이냐 통학로에 영구차가 웬 말이냐 주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습니다.
[최도봉] "이 주변이 학교들이 많고 주민 사는 거주지역에다가 장례식장을 낸다는 자체가 잘못된 거다."
인근 한 병원 지하에 장례식장이 들어설 거라는 소식에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건데요.
[주민] "얼마나 여기가 교통이 혼잡해지겠어요. 100여 명 되는 아이들은 누가 책임질 거예요."
교통량이 는다, 통학로가 위험해진다, 시신 운구에 곡소리, 향 냄새 등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 같은 이유를 들지만 장례식장을 혐오시설로 보고 피하려는 님비 현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곳뿐만이 아닌데요.
한 상조업체가 장례식장 건립을 추진 중인 경기도 고양시 덕은동 부지입니다.
그런데 서울 마포구 주민들이 여기에 반발하고 나섰는데요.
장례식장 부지가 하천 산책로를 두고 아파트 단지와 거의 맞닿아 있다는 겁니다.
[주민] "어느 집은 심지어 침대에 누워서까지 장례식장이 보일 정도거든요."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장례식장이 혐오시설도 아니지만 건립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지혜/주민비상대책위원장] "아이들 정서에 안 좋은데 사실은 산책을 나오겠어요. 못 나오죠.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지게 되는 상황이 된 거죠."
◀ 앵커 ▶
그런데 이 리포트를 한번 보시죠.
어제 뉴스투데이에서 '이런 게 진짜 품격'이라는 키워드로도 잠깐 소개해 드렸는데요.
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 단지 얘기입니다.
박연선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전북 전주시 송천동의 한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자 '한 평 카페'라는 이름의 작은 공간에 커피와 따뜻한 물, 간단한 과자 등이 정갈하게 준비돼있습니다.
택배 기사나 청소 아주머니들을 위해 마련된 건데, 이들에겐 작지만 큰 쉼이 됩니다.
[이재성/택배기사] "바쁜 와중에도 잠깐이나마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달콤한 휴식처가 된 것 같습니다."
이 작은 카페를 만든 주인공은 아파트 입주민 정수현 씨.
아내와 함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한 평 카페'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정수현/'한 평 카페' 주민] "아파트 안에서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고요, 그러면 택배 기사님이나 경비 아저씨나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카페를 운영해보자…."
'한 평 카페' 소식이 알려지면서 취지에 공감한 다른 주민들까지 동참하고 있습니다.
품목도 수제 쿠키와 드립 커피까지 꽤 다양한데, 주민 간 유대감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곽경남/입주민] "보고 있으면 그냥 행복한 웃음이 지어지고, 이 아파트 살기 잘했다…."
이웃사촌이란 말이 옛말이 돼버린 지 오래인 요즘, 커피 한 잔의 온기가 아파트를 찾는 사람들의 마음에까지 훈훈하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연선입니다.
◀ 앵커 ▶
어떻습니까.
내 아파트의 안전과 재산권도 중요하지만, 함께 사는 사회라는 생각이 더 품격 있고 가치 있는 아파트를 만드는 게 아닐까요.
투데이 매거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