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 예방백신은 꼼꼼히 챙겨 맞히지만 성인이 된 뒤 정작 자신이 맞아야 할 백신을 열심히 챙겨 맞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돈이 든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잘 모르는 게 주된 이유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기를 낳으면 병원에서 개월 수에 따라 어떤 주사를 맞혀야 하는지 부모에게 잘 안내해주지만, 성인에게 그런 정보를 안내해주는 경우는 병원에서도 흔하지 않습니다.하지만 성인들도 접종해야 하는 백신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폐렴구균 백신입니다. 폐렴은 10년 전만 해도 한국인 사망원인 10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10년새 환자 수가 4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지난해는 한국인 사망원인 질병 순위 5위를 기록했습니다. 더군다나 면역력이 약한 노인인구가 꾸준히 늘고 항생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항생제 내성 폐렴구균까지 급증하면서 폐렴은 점점 더 치료가 까다로운 질병이 돼가고 있습니다.
다행인 건 관련 백신이 있다는 건데, 현재 유통되는 폐렴구균 백신은 전체 폐렴 가운데 가장 큰비중을 차지하는 ‘폐렴구균에 의한 폐렴’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 대한감염학회가 폐렴구균 예방백신 접종 가이드라인을 바꾸기로 했다는 8시뉴스 보도 이후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 좀 더 자세한 정보를 드리려고 합니다. 제품명을 노출함으로써 의도하지 않은 홍보 효과가 생길까 염려되기도 하지만,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이 있는데 돌려 말하는 것도 적절치 않고 어차피 특정 제품에 대한 홍보는 아니니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폐렴구균 예방백신은 3개 제품입니다. 모두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만듭니다. 국내에서 성인 대상 백신으로 허가된 순서로 보면 프로디악스23(2000년), 뉴모23(2002년), 프리베나13(2012년) 순서로 시장에 나왔습니다. 제조방법에 따라 폐렴구균 백신은 다당백신과 단백결합백신으로 구분합니다. 앞의 두 제품은 다당백신, 마지막 제품은 단백결합백신입니다. 두 다당백신 뒤에는 23이란 숫자가 붙어 있는데 뒤의 단백결합백신에는 13이란 숫자가 붙은 게 보이시죠? 이 숫자들은 백신이 예방할 수 있는 폐렴구균의 종류를 말하기 때문에 숫자가 많을수록 좋지만, 면역효과 자체는 단백결합백신이 더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동안은 두 종류 가운데 아무거나 하나만 접종하면 된다고 해서 우리 정부에서는 역사가 길고 비교적 저렴한 다당백신만을 지난해부터 노인 대상으로 무료 접종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대한감염학회가 기존의 다당백신만으로는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만성 폐질환, 만성 심혈관질환, 만성 간질환, 당뇨병 등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65세 미만이라 하더라도 폐렴구균 백신 접종 권고 대상입니다.)를 대상으로 제대로 된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두 종류의 백신을 모두 맞도록 새롭게 권고하기로 한 겁니다. 기존에 정부가 무료로 접종해주는 다당백신은 폐렴의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효과는 인정되지만 폐렴 자체를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방침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앞서 단백결합백신과 다당백신을 순차적으로 모두 맞도록 폐렴구균 백신 가이드라인을 바꾼 데 따른 겁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아직 한 번도 폐렴구균 백신을 맞은 적 없는 분들에게는 먼저 단백결합백신을 맞고 두 세 달 후에 다당백신을 추가로 맞도록 권고합니다. 그게 가장 효과적인 접종 순서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노인 분들 가운데는 이미 다당백신을 무료로 접종 받은 분들이 꽤 많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라면 1년의 간격을 두고 단백결합백신을 추가로 접종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돈을 내고 병원에서 폐렴구균백신을 맞은 적이 있는데, 이게 어떤 백신인지 정확히 모르는 분들은 과거 접종 받은 병원을 찾아 자신이 맞은 백신의 종류를 확인한 뒤 필요한 백신을 추가로 맞는 게 좋습니다.
한가지 안타까운 건 단백결합백신이 가격이 꽤 비싸다는 겁니다. 시중 병원에서 예방주사를 맞으려면 비용이 12~15만원 정도입니다. 그러나 생길지는 알 수 없으나 생겼을 경우 그 피해가 너무 클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보험을 드는 것처럼, 걸릴지는 알 수 없지만 걸렸을 경우 그 피해가 심각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는 것도 필요한 일입니다. 저소득층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들을 위해서는 정부에서 비용을 지원해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합니다.
고령자나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만성질환자라면 이 가을 꼭 챙겨야 할 백신이 바로 독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입니다. 둘 다 권고등급 1등급 백신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사망률을 낮출 수 있고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하다는 의미입니다. 매년 맞는 독감 백신과 달리 폐렴구균 백신은 한 번 맞으면 효과가 거의 평생동안 지속되는 만큼 해당되는 분들은 챙겨 맞으시길 권해 드립니다.
출처: SBS뉴스 곽상은 기자
*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끝에 23수자가붙는 다당백신은 구청 보건소에서 무료로 맞을 수 있습니다. 끝에 13이 붙는 담백실백신은 병원에서 유료로 맞아야합니다 가격은 12~15만원정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