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나이 스물여덟 남자는
어느 사랑하는 여자의 남편이 되었지요.
나이 스물여섯 여자는 그 남자의 아내가 되었답니다.
그들은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교회에서 간소한 출발을 하였답니다.
그리고 어느새 3년이란 세월이 흘렀지요.
그때 그들에게 불행이 닥쳤습니다.
그것은 그들에게 너무나 큰 불행이었습니다.
그들이 살던 자그마한 집에 그만 불이 났답니다.
그 불로 아내는 실명을 하고 말았구요.
모든 것을 잃어버리지는 않았지만
그들에겐 어쩌면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셈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두 사람이 만들어갈 수많은 추억들을
더 이상 아내가 볼 수 없을 테니...
그 후로 남편은 늘 아내의 곁에 있었죠.
아내는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혼자 몸을 움직이는 것도 쉽지가 않았답니다.
남편은 곁에서 아내를 도와주었지요.
처음엔 아내가 짜증도 부리고 화도 내었지만
남편은 묵묵히 그 모든 것을 받아 주었답니다.
늘 그것이 미안해서...
아내를 그 불속에서 구해내지 못한 것이...
그리고 그 아름다운 눈을 잃게 만든 것이...
많은 시간이 흘러 아내는 남편의 도움 없이도
주위를 돌아다닐 만큼 적응을 하였지요.
그리고 그제야 남편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었죠.
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저녁노을에
한 풍경이 되어도 될 만큼 편안한 나이가 되어 갔답니다.
세월은 두 사람에게 하나 둘씩 주름을 남겨 놓았지요.
아름답던 아내의 얼굴에도
세월의 나이테처럼 작은 무늬들이 생겨나고
남편의 늘 따사롭던 손도 부드럽긴 하지만
많은 주름이 생겨났지요.
남편은 이제 아내의 머리에 난
하얀 머리카락을 보며 놀리곤 했답니다.
이제 겨우 7월인데 당신 머리엔 하얀 눈이 내렸군...
어느 날인가 아내가 남편에게 이런 말을 했답니다.
이제 웬지 마지막으로 이 세상을 한번 보고 싶어요.
벌써 세상의 빛을 잃은 지 수 십년이 되었지만
마지막으로 당신의 얼굴이 보고 싶군요.
난 아직도 기억 합니다.
당신의 그 맑은 미소를...
그게 내가 본 당신의 마지막 모습이니까요...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답니다.
아내가 세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길은
누군가의 눈을 이식 받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쉽지가 않았죠.
아무도 이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는 아내에게
각막을 이식해 주려고 하지 않았거든요.
아내는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 소원이었지만
그다지 신경을 쓰지는 않았답니다.
하지만 남편은 마음속으로 많은 생각을 했었나 봅니다.
세월은 이제 그들에게 그만 돌아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답니다.
그 메세지를 받은 사람은 먼저 남편이었지요.
아내는 많이 슬퍼했답니다.
자신이 세상의 빛을 잃었을 때보다도 더...
그러나 남편은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선물을 하나 주고 떠나기로 했지요.
자신의 각막을 아내에게 남겨주는 것이랍니다.
비록 자신의 눈도 이제는
너무나 희미하게만 보이지만 아내에게
세상의 모습이라도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거지요.
남편은 먼저 하늘로 돌아가고 아내는
남편의 유언에 따라 남편의 각막을 이식 받게 되었죠.
그녀가 처음으로 눈을 떴을 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답니다.
늘 곁에 있던 남편의 그림자조차 말이에요.
병원 침대에서 내려와 이제 환하게 밝혀진
거리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도심의 전경을 보면서
아내는 남편의 편지 한통을 받게 되었답니다.
『당신에게 훨씬 전에
이 세상의 모습을 찾아줄 수도 있었는데...
아직 우리가 세월의 급류를 타기 전에
당신에게 각막 이식을 할 기회가 있었지.
하지만 난 많이 겁이 났다오.
늘 당신은 내게 말하고 있었지.
나의 마지막 모습에 대해서...
아직 젊을 때 나의 환한 미소에 대해서 말이오.
하지만 그걸 아오?
우리는 이미 늙어 버렸다는 것을...
또한 난 당신에게 더 이상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없다오.
당신은 눈을 잃어 버렸지만
그때 난 나의 얼굴을 잃었다오.
이제는 미소조차 지울 수 없게 화상으로 흉측하게
변해버린 나의 모습을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소.
그러나 이제 나는 떠나오.
비록 당신에게 나의 미소는 보여주지 못하지만
늘 내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기 바라오.
그리고 내 마지막 선물로 당신이 환하게 변해버린
세상을 마지막으로 보기를 바라오.』
아내는 정말로 하얗게 변해버린 세상을 바라보며
여보... 난 알아요.
당신의 얼굴이 화상에 흉측하게 변해 버렸다는 것을,
그리고 그 화상으로 인해서 예전에 나에게 보여주던
그 미소를 지어줄 수 없다는 것도.
곁에서 잠을 자는 당신의 얼굴을 더듬어 보고 알았지요.
하지만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당신도 내가 당신의 미소를 간직하기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당신이 미안해 할 필요는 없어요.
나는 당신의 마음 이해 하니까 말이에요.
참~ 좋군요!
당신의 눈으로 보는 이 세상이...!
그리고 며칠 뒤
아내도 남편의 그 환하던 미소를 쫓아
남편의 뒤를 따라 하늘로 되돌아갔답니다.
-- 글쓴이 미상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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