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追憶을 먹고산단다 ~ 박만엽
한때는 그대가
내게 뭔가 깊숙이
푹푹 찔러 주고는
내 배가 볼록해지면
얼굴에 和色이 돌았지
날 넣었다가 뺐다가
낮에는 神主 모시듯
늘 지니고 다녀
정말 행복했었지
언제부터인가 그대는
이 작은 몸뚱이를
들었다가 놓기도
힘든 모양이네
밤에는 벗겨진 옷 속에
날 헌신짝처럼 버리고
사랑하는 그대여
우린 인간이 추구하는
물질적 욕망과 달리
그 흔한 명함 한 장 없이
신용 카드 한 장 없어도
주인의 追憶을 먹고산단다.
(OCT/07/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