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였음 좋겠습니다 / 이 보 숙
퇴근무렵
문득 올려다 본 서편 하늘
벌겋게 물들이며 지는 노을에
누군가와 같이 걷고 싶을 때
눈내리는
겨울밤 골목길 구석에서
모락모락 김이나는
포장 마차를 지나치며
소주 한 잔이 간절히 생각날 때
뜻하지 않은
영화 초대권이 몇장 생겨
팝콘 먹으며 영화 보고 싶어
휴대폰 열고 서슴없이
번호 누르고 싶을 때
사람에, 일에 지쳐
세상살이 고달퍼
그리운 이의 가슴에
기대어 울고 싶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그대였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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