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프지 않아도 눈물이 난다 / 이 보 숙
하늘을 봐
비 온 뒤의 하늘은
우리 사랑만큼 눈부시다며
그가 하늘을 본다
눈이 시려 눈물이 난다고 했다
빗속을 걷다가
비 웅덩이를 첨벙거리며
그가 하늘을 본다
미처 피하지 못한 빗방울이
눈물처럼 흘러내린다고 했다
함박눈이
쉴 틈 없이 내리면
뜬금없이 팔짱을 끼며
그가 하늘을 본다
눈송이가 긴 눈썹에 맺혀
눈가에서 녹아 촉촉하다고 했다
그는 하늘 보기를 좋아했다
그리움의 눈물이
빼꼼히 고개를 들면
나도 그처럼 하늘을 본다
사랑은 아프지 않아도
눈물이 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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